사막은 작성

“여기에 있다 보니” – 병원일기 150728 화

여기에 있다가 보니 내 상태에 다음 단계를 만날 수 있다.
내 침대 건너편에 앉은 할머니는 여기 오신지 석달째
요즘 전혀 거동을 못하시고 잠에 취해 있는 시간이 거의
대부분 계속해서 말을 붙이고 해야 의사표현을 한다.

병실 입구 할머니는 그 다음 단계
거동은 물론 의사표현도 안되고
욕창 방지와 산소호흡기, 진통제, 가래뽑기로 연명.

에너지를 골고루 배분하고 운동을 해서 지금 내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게 목표가 됐다.
그 목표안에서 매일 행복하게 살기.
아니 오늘은 즐겁게 살기.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하고.

그런데 좋아하는 일이 부담과 숙제이기도 해서
슬쩍 멀리하고 있는게 솔직한 마음이다.

“병원을 옮겼다” – 병원일기 150723 금요일

병원을 옮겼다.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서남병원. 쾌적하고 편안하다.
호스피스 병원이 주는 울림 때문인지 사람들이 많이 왔다간다.
요 며칠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피곤하다.

하루하루 그날에 충실히 행복하게 살자고 결심했는데
피곤이, 몸의 무기력함이 짜증으로 변할때가 많다.
웃고, 행복해하고, 같이 있을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는데 아깝다.
더구나 그 짜증이 다 내 옆에 있는 OO형에게 가니,
짜증과 화를 내놓고는 계속 미안하다.
OO형이 벌써 병원쪽잠 석달이 넘어서 안타깝다.

“0.001%의 주인공이 나다” – 병원일기 150430

건너편 침대 아주머니가 그런 맘으로 살아야겠다. 한다.
자꾸 몸에 마음이 묻혀서 지쳐갈 때 때마침 들렸다.
0.001의 주인공이 내가 되게 만드는 것도 나.
‘걸어야 산다’에 이어지는 이야기.

– 그래도 슬며시 짧은 화살같은 생각에선 어둡다.
이렇게 멀쩡한 정신인데 하나씩 기능이 정지되는 몸에
무기력한 내가, 의학이란 것들이 허망한 생각.
생각은 생각이 이기고 덮는다.

욕심을 버리고 느긋하게 다시 시작한다.
천천히 욕망과 조급함을 내리고 무념으로 간다.

“걸어야 산다” – 병원일기 150429

오늘의 하루
“걸어야 산다”

한바퀴씩 돌고 잠깐씩 쉬었다. 그렇게 두바퀴 세바퀴를 연달아 돌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 23분. 땀이 좀 났다.
‘걸어야 산다’를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돌았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단순해지자. 간단한 목표와 생각, 그게 날 살릴거다.
‘걸어야 산다’
– 이번주는 일단 이거다.